[KHC]로봇 기술의 최신 현황과 인간사회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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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로봇 기술의 최신 현황과 인간사회의 변화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6.11.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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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융합시스템학과 한재권 산업협력중점교수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로보틱스 전반에 대한 것이다. 지금까지 로보틱스가 어떻게 발전해 왔고, 어디까지 왔으며, 또 의료용과 사회 서비스를 위해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겠다.

앞으로 얘기를 미 국방성 산하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로보틱스 챌린지(Robotics Challenge)를 중심으로 풀어가겠다. DARPA는 우리나라로 치면 ADD(국방과학연구소)의 모델이기도 하다. DARPA에서 만들어낸 기술은 그간 인류 기술개발에 혁신적인 공헌을 해왔다.

DARPA에서 무엇을 하는지 잘 살펴보면 언제 어느 때 어떤 기술이 나타날지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이고, 현재는 무인자동차를 꼽을 수 있다. 과거에는 아폴로11호 계획을 만들었던 로켓 기술, MD체계, 각종 무기 관련기술 등이 인류에 기술혁명을 가져왔다.

지금 기술혁신 단계는 로봇기술에 집중되어 있다. 그 기술이 10년 혹은 20년 후 의료계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얘기해보고자 한다.

올해 들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란 표현을 공고히 했다. 그 간의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에 의한 1차 산업혁명과 대량생산의 2차 산업혁명, 정보통신에 의한 3차 산업혁명으로 정리될 수 있다.

산업혁명의 성과와 형태는 사회를, 그리고 인간의 직업을,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앞으로 로봇과 인공지능이 가져다줄 삶의 변화는 지금까지 겪었던 산업혁명과 궤를 같이 할 수 있다.

그러면 로봇이 왜 4차 산업혁명을 촉발하게 됐나 살펴보자. DARPA는 2012년부터 3년간 로보틱스 챌린지라는 로봇대회를 열었다. 처음 목표는 후쿠시마 원전사태 때 로봇이 들어가서 일을 하게 하려고 했으나 실패하자 이를 실현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로봇공학자들은 자성의 의미로 다함께 로봇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했고, DARPA가 연구비를 대고 로보틱스 챌린지라는 대회를 통해 세계 로봇 기술을 발전시키고자 했다.

로보틱스 챌린지는 8가지 미션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 때 투입됐던 모델이 왜 임무에 실패했을까 하는 점을 교훈으로 마련된 것이다.

첫 번째가 자동차운전이다. 후쿠시마 원전 때 로봇을 투입하려고 하니 30km 밖의 거리에서 투입할 방법이 없었다. 이 부분이 로봇공학자들의 자성을 촉발했다. 로봇이 해야 할 일과 사람이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은 잘못됐으며, 로봇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데 생각이 이르게 된 것이다. 자동차 운전을 못하면 대회에 끼지도 못하게 했다.

그 다음은 자동차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사람도 자동차에서 내리는 게 쉽지 않고, 그 당시 기술로는 로봇이 자동차에서 내리는 것은 더 어려웠다. 이 문제는 힘을 제어함으로써 가능하게 됐다. 힘을 제어하기 시작하자 사물과 사회 그리고 사람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게 됐다.

세 번째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 네 번째는 밸브를 돌려서 냉각수를 유통시키는 것, 다섯 번째는 벽을 뚫는 것, 여섯 번째는 모르는 미션이 주어지고, 일곱 번째는 험지를 돌파하고, 여덟 번째는 계단을 올라가는 것으로 이 8가지 미션을 1시간 안에 수행하는 것이었다.

2012년에는 이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도, 로봇공학자도 없었다. DARPA 로보틱스 챌리지 이전에는 과연 저런 로봇이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20년이 아니라 30년이 지나도 어려울 것이란 견해가 대세였으나 지금 이 시점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대회가 로봇기술에 기여한 바가 크다.

처음 예선은 200대의 로봇이 시작했지만 최종 결선에 진출한 로봇은 24대다. 서바이벌 대회였다. 3년간 살아남은 로봇이 24대였는데 제가 그 중 한 팀의 팀장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와 카이스트가 참여했다. 미국은 12개팀 이상이 결선에 진출했다.

결국 로봇세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2015년 결선 이후 2016년 로봇이 생각보다 빨리 발전하고 있구나, 10년 후에는 우리 삶이 바뀔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많은 로봇공학자와 미래학자들의 생각을 수정하게 된다.

인류가 첫 번째 경험하게 될 로봇이 변화시킬 세상은 무인자동차가 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무인자동차에 면허를 발급한 횟수를 보면 구글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총 12개의 회사가 있다. 몰고 다니면서 스스로 학습을 한다. 시간이 지나 운전경험이 쌓이면 사람보다 더 뛰어난 운전도 가능하다.

무인자동차를 3단계로 구분한다면 2016년은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는 수준에 이르렀다. 손과 발을 떼는 걸 1단계라고 한다면 2단계는 눈을 떼는 단계다. 3단계는 손과 발, 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떼는 단계다. 운전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단계라는 뜻이다.

이 때가 되면 운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직업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무인자동차의 4단계는 인간으로 하여금 운전을 금지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도로에서 사고를 영원히 추방하겠다는 것이다.

또 외골격로봇이 인간의 삶에 직접 영향을 줄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의료보험 체계 안에 들어와 있다. 노약자들에게 제한된 범위 내에서 공급할 수 있다. 힘을 증강시켜 노인이나 근력이 약한 분들을 보행할 수 있게 하는 힘증강 로봇과 자율적으로 움직여 마비상태의 환자를 걷게 하는 로봇이 있다. 앞으로 5년 뒤에는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년, 20년 뒤에 이 같은 혁신이 실현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발명은 필요에 의해 이뤄지므로, 어떤 기술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를 보면 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우리에겐 굉장히 큰 사회적 요구가 있다. 고령화사회로 인해 우리는 로봇을 쓸 수밖에 없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필요한 노동력이 부족해질 때 로봇이 이를 대체해줄 것이며 우리 사회는 성장과 부가가치를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큰 동인은 국가 간 경쟁이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로봇을 개발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군사분야에서 그렇다. 로봇은 개발될 수밖에 없는 기술이고, 쓸 수밖에 없는 기술이다. 만약 지구가 하나의 국가였다면 발전이 더딜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의 헤게모니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나라는 로봇기술에서 누가 앞서느냐에 좌우된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군사적으로 투자되고 있다. 앞으로 로보틱스는 더 빨리 발전할 것이고 우리 사회에 다가올 것이다.

우리 삶이 변하고 우리 사회가 바뀔 때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 핵심은 결핍이다. 새로운 기술은 항상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같이 있었다. 기술을 개발할 땐 좋은 점만 보게 되는데 그러다가 막상 다가오게 되면 좋은 점은 당연해지고 나쁜 점만 부각된다.

그 결핍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시대를 이끌어나가게 되는 반복적인 패턴을 보여 왔다. 결핍이 산업혁명의 키워드다. 산업혁명의 과정을 보면 1·2차 산업혁명을 통해 우리 삶은 농업에서 공업으로 바뀌었다.

당시 학자들은 식량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지금은 식량이 남아도는 상황이 됐고 인류 역사상 최초로 기아에서 해방되는 놀라운 결과를 보게 된다. 그 이유는 당연히 효율성에 있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6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 키워드는 공업이었다. 새로운 산업은 전혀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3차 산업혁명과 동시에 자동화가 도입됐다. 사람들은 편안하고 행복해질 걸로 여겼고, 예전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유토피아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 대신 당뇨나 비만, 고혈압 등 성인병이라는 결핍이 주어졌다.

오늘 아침에 자동차를 타고 나왔다고 해서 자동차에 감사하는 사람은 없지만 체중을 빼야 되겠다고 걱정하는 사람은 많다.

그 결핍에 주목해 건강에 주목한 사람들이 지금 세상을 이끌고 있다. 건강에 주목해서 실패한 사람들은 거의 없고, 의료계도 질병치료 외에 건강을 유지하는 분야가 굉장히 큰 영역으로 떠올랐다고 보고 있다.

로봇이 가져올 산업혁명도 그 혜택에 주목하기보다 결핍에 주목한다면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산업에 주목해야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

로보틱스가 다가올 때 우리는 어떤 결핍에 주목해야 할까? 로봇의 반대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사람이다. 로봇은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사람이 아니다.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없다. 결국 사람이 줄 수 있는 것을 줄 수 없다.

휴머니티에 대한 결핍이 다가올 것이다. 결국 인간성을 어떻게 자신의 삶과 직업에 연관시키느냐가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좋은 직업의 키워드가 될 것이다.

전혀 다른 모순적인 단어 2가지, 로보틱스와 휴머니티를 한꺼번에 붙였을 때 보여주는 새로운 길이 있을 것이다.

의료계는 최전방에서 로봇을 사용하게 될 분야다. 앞으로는 원격의료, 더 나아가 진단시스템 자체가 로보틱스화되고, 나노시스템과 결합해 인간의 몸을 24시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의료체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냐? 기술적인 측면만 보지 말고 그것이 인간의 마음 속에 심리적으로 어떤 결핍을 가져올 것이고, 그것을 의료체계 안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 생각해주신다면 인간의 삶과 행복에 근접하는 기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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