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설명의무 형사처벌' 법적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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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설명의무 형사처벌' 법적 문제점
  • 병원신문
  • 승인 2016.11.2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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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김선욱, 현행법으로도 정책적 목적 달성 가능
▲ 김선욱 변호사
19대 국회 폐기된 법안 20대 국회에 또 상정

지난 19대 국회 때 김성주, 남인순 의원은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결국 폐기되었다. 그런데 20대 국회가 시작되어 또 다시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19대 폐기된 법안과 별 다른 차이가 없는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하였다. 이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무사히 통과하고 현재 국회 법사위에 다른 개정안들과 함께 상정되어 있다.

대리수술금지법, 유령수술방지법으로 불림

신해철법이니 김영란법이니 법안 이름을 자극적이거나 특징적으로 붙이는 경향이 있다. 위 의료법 개정안도 '대리수술금지법' 또는 ‘유령수술방지법’으로 별칭이 붙었는데 일정한 의도가 있다고 본다. 국회의원은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입법 전문가로서 역할도 한다. 최근에는 대중적 호기심이나 인기를 의식해 법안 이름을 자극적으로 붙이는 취미가 생겨 법안 이름 작명가로도 전문성을 보태고 있다. 대게는 이런 귀에는 단 법안이 실은 법적으로는 쓰기 마련이다. 여론을 등에 업고 다소 무리가 있는 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전술이라는 비판도 있다. 법이 개정되어야 재선 가능성과 연결된 입법공적이 쌓이는 일이다. 무리할 법도 하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입법 전문가로 자신이 만든 법이 나중에 행정부나 사법당국 그리고 국민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나중에 이법이 이렇게까지 활용될지 몰랐어요 라는 변명은 프로답지 못하게 들린다.

규제 입법만 양산하는 규제 의원이란 비판

요즘 국회의원들이 일부러 그러는지 아니면 몰라서 그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법안을 양산한다는 비판이 많다.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입법 전문가가 되는 초능력이 생기나보다. 초능력을 잘못 행사하면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할 수 있다. 과거 정부가 규제법안을 양산해 국회가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힘든 싸움을 하였던 시절이 기억난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는 규제일몰규정(규제를 신설할 경우 일정 기간 이후 검토하여 신설된 규제를 없앨지를 검토하여야 한다는 규정) 등을 통해 어떻게든 규제를 없애 국민에게 자유를 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국회는 규제를 양산하는 법안을 만든다. 2016년 의료법 개정안들이 여러 개가 쏟아져 나왔는데 긴급체포가 가능한 리베이트 처벌 강화 등 모두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고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내용은 거의 없다.

설명의무를 형사처벌로 강제하는 초유의 입법

설명의무를 법으로 강제한 예는 많지 않다. 형사처벌규정까지 둔 경우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헌 사항 최초의 법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수많은 법을 모두 알 수는 없다. 다만 설명의무와 관련된 학계의 논의에서 거론되는 의미 있는 실정법은 다음과 같다. 상법 제638조의 3 보험약관의 교부ㆍ설명의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약관의 작성 및 설명의무 등 및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중개대상물의 확인ㆍ설명 의무 등이 법 규정에 직접적 설명의무를 부과한 대표적 법들이다. 이 법들에는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규정은 없다.

설명의무 강제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는가?

2014. 7. 29. 박태환 선수가 금지약물인 네비도를 투약 받아 문제가 된 적이 있다. 투약 의사는 2015. 2. 업무상과실치상과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고 지난해 말 업무상과실치상은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의료법 위반에 대하여 100만원 벌금이 선고되었다. 항소심도 올해 8월 선고되었는데 1심과 같은 결과였다. 재판의 의료법 유죄 판단 요지는 의사가 네비도를 주사할 때 박태환의 건강상태와 치료방법 및 내용, 필요성, 예상되는 신체의 위험성과 부작용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거나 부족하게 설명하였고 주사제를 사용한 기록을 하지 아니하여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 제22조 진료기록부등 규정에는 ‘①의료인은 각각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간호기록부, 그 밖의 진료에 관한 기록을 갖추어 두고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여야 한다. ③ 의료인은 진료기록부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항 상세히 기록하지 않고 서명하지 않은 경우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기록하지 않은 경우 면허정지 15일, 서명하지 않은 경우 경고처분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유령의사나 대리의사 문제처럼 실제 진료하지 아니한 의사가 진료한 것처럼 진료기록을 작성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 1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박태환 사건도 위 의료법 제22조 제1항 위반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내용을 기록하지 않았다고 하여 위 규정을 근거해 처벌한 것이다. 당시 국민적 공분에 비해서 법원이 판단한 선고형은 최고 법정형인 300만원 벌금이 아니라 100만원에 불과하였다. 법원은 형사사건에 있어 의사(피고인)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평가를 냉정하게 한 것이다. 선고 형량을 정함에 있어 설명의무 위반은 형사처벌의 대상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니 만큼 형사처벌형을 최소한으로 한 것이다. 대신 이 사안은 민사적 손해배상책임으로 의사의 잘못을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재판부의 법리적 고려가 반영되었을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하여 박태환이 당해 의사에 대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박태환이 민사소송을 의사에게 제기한다면 아마도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 배상액은 사안의 특성상 매우 클 수 있다. 또한 많지는 않지만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의 상해에 인과관계가 입증되는 경우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처벌되는 사례도 있다. 부연하자면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이 현행 법 규정이나 법리로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법리적 모순과 문제점이 있는 개정안

원래 설명의무 위반은 민사상 불법행위(의료사고)의 배상 근거로 활용되었다. 민사의 손해배상 원리는 절대적인 정의의 추구가 아니라 의료사고로 인하여 발생된 환자의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배’라는 상대적 개념이다. 그래서 개념 필연적으로 설명의무에 대한 절대적 기준은 없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개개 사안에서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다양하다. 그로 인한 배상액도 여러 고려 요소를 보아 천차만별이다. 이렇게 불명확성이 내재된 ‘설명의무’ 개념을 형사재판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은 법리상 매우 위험한 일이다. 형사 재판의 지도 이념은 정의이고 명확한 증거 재판이다. 형사 재판의 최고 기준인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불분명한 개념의 유추 또는 확장해석이 금지된다. 엄격한 증명이 없으면 무죄이다. ‘설명의무’라는 개념 자체가 상황에 따라 다양하고 반대로 이야기 하면 불분명한데 어떻게 엄격히 증명할 수 있겠는가? 의사 뿐 아니라 기소하는 검사나 재판하는 판사도 힘들게 만드는 일이다. 아마 위헌소송이 제기되거나 재판 중 불명확하다고 판사에 의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 헌법재판소에서 제기될 수도 있다.

대안은 없는가?

과거 국회는 의료법 제22조를 통해 진료기록부의 기재 원리를 정하고 디테일한 자세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해놓았다. 따라서 현재 법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제기 되고 있는 이른바 대리수술 등 여러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 입법론적으로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좀 더 가다듬어 세부적으로 규정하여도 원하는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도록 함이 더 효율적이다.

개정법안의 설명의무를 구성하는 대다수 내용은 현행 의료법과 의료법 시행규칙에 진료기록부에 기재할 의무사항으로 이미 법과 시행규칙에 있는 내용이다. 특이한 것은 설명에 대한 동의자료의 서면 교부인데 이 또한 의료법 제21조에 따라 설명동의서도 환자가 요구하면 언제라도 의료기관이 사본을 교부해야 할 의무를 가진 진료기록이거나 그에 부속되는 서류이기 때문에 위 제21조를 활용하거나 의료법 시행규칙으로 보완하여도 충분하다.

더구나, 슬로건처럼 불리는 유령수술을 방지하는 것도 개정안보다 현행법이 더 엄중하다. 설명의사나 진료참여의사가 다른데 대리수술을 숨기려고 진료기록에 다른 의사 이름으로 서명하거나 작성하면 개정안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현행법으로는 허위진료기록작성이 되어 3년 이하 징역 등이 가능하다. 오히려 유령의사나 대리의사에 관여된 비정상적인 의료인에게 3년이 아닌 1년으로 완화하여 처벌하자는 법 규정 적용의 오해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의료관련법령은 내용이 복잡하고 특수직역에 해당하는 전문 입법영역이므로 이를 손대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있어야 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비교적 보건복지위 경험이 오래된 의원이 내는 입법은 그간의 경험을 통하여 필요한 측면도 있는 것이 발견된다. 그나마 법에 대한 전문가가 있는 법사위에서 논의가 다시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니 다행이기는 하다. 법사위가 상원이냐 하며 볼멘 소리를 하는 의원들도 있다. 그러나 법안을 낼 때 좀 더 신중하게 내지 못해 폐기되거나 법리적 문제로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못하는 것은 법안을 제안할 때 좀 더 신중을 기하지 못한 탓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금번 설명의무 위반 형사처벌 규정이 국회를 통과하면 설명의무의 형사적 강제 규정이 우리 헌정상 최초로 도입되는 사례가 된다. 설명의무는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계약 관계에 있는 당사자가 서로에게 최대의 신뢰를 가지고 서로를 보살피라는 민사법적 파생원리이다. 이러한 설명의무의 본질적 법리를 감안하여 우리 법체계의 특수변종을 억지로 만들지는 않았으면 한다. 법률만능주의만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한 법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법이 없어 세상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의료인들을 자꾸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여 백안시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눈초리를 받은 우리 사회 구성원이 건전하고 신뢰를 받는 행동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신뢰 회복의 선순환 기운을 국회가 먼저 보여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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