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시설기준 개편에 따른 병원 지원 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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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시설기준 개편에 따른 병원 지원 확대 필요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6.10.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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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조치 전면 검토 돼야

의료법 일부개정에 따른 의료기관 시설기준 개선에 대한 병원계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최근 정부가 마련한 개정안이 병원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그에 상응하는 지원책도 없어 개정안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과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일정한 수준의 음압병실을 설치하고 입원실 내 병상 수를 4개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해 병원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보건복지부는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 국제적인 기준이라는 점과 제2의 메르스 사태 방지라는 이유를 들어 복지부동의 자세를 지금까지 취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일부 전문가들을 비롯해 국회에서 개정안 재검토의 필요성과 의료기관에 지원책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개최된 한국의료복지학회 ‘병원건축포럼’에서도 병원경영 및 건축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전체 병원계가 리모델링에 대한 큰 과제를 안게 됐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재선 미래병원경영컨설팅 연구소장은 “수가 보정이 안 된 상황에서 의료법이 개정됨에 따라 전체 병상의 20∼30% 가량이 줄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진 건양대학교 의료공간디자인학과 교수 역시 “의료법 개정의 영향으로 상급종합병원 병상수가 적게는 9.5%에서 많게는 35%까지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병상수 감소와 시설개선 비용 증가로 병원의 수입도 함께 줄어들어 지금보다도 더 어려운 경영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미 병원협회도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해 의료법 개정에 따른 시설기준 개선이 병원의 현실과 괴리감이 커 재고해 줄 것을 복지부에 요구했다. 병상 감축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수가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함께 전했다.

국회에서도 복지부를 향해 이번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과 병원계 지원방안 부재를 지적하고 심도 있게 재검토 할 것을 요구했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국회보건복지위원·송파구갑)은 10월24일 2017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 심의를 위해 열린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료기관들이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강화된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몇 백억원이 필요한데 정부의 지원책은 유명무실해 병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며 질타했다.

박 의원은 “개정안에 포함된 이격거리와 관련해서도 병상만 옮기면 되는게 아니고 거기에 딸린 각종 의료장비와 기구들도 함께 옮겨야 한다”며 “개정안대로 리모델링하는 동안 환자도 받지 못해 손실이 발생하고 병상수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의원은 “지키지 못할 법을 만들어 놓고 강제만 하는 탁상공론에서 나온 개정안”이라면서 “심도 있게 검토해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은 “본인이 장관이 되기 전 만들어진 것으로 일부 무리한 면이 있다고 본다”며 “타당성에 대해서 검토를 해 보겠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국회보건복지위원·광진구갑)은 의료기관 지원체계 마련을 주문했다.

전 의원은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은 수시로 발생하는데 국가가 의료기관에 음압시설 등 관리 강화를 의무화하고 지원책은 마련하지 않았다”며 “지원 할 것은 지원하고 체계를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면서 지원을 하면 마다할 병원은 없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의료기관 시설기준 개선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병원에 대한 무이자 장기 대출과 의료기관 인센티브 제공 같은 지원 정책뿐만 아니라 병원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담아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다른 문제는 시설기준 개편안에 대한 세부기준 미비와 예외적 사항으로 인해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 병원 리모델링 및 신·증축을 준비하는 병원들이 당분간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마련한 병상시설기준 개정과 병원경영 세미나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하태길 사무관은 “2018년 12월31일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유예기간을 충분히 두고 있어 언제 시행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오히려 지금 정해지지 않은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병실을 국가지정격리병상 수준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이동식 음압기나 전실 없는 음압병실처럼 예외적인 상황을 두고 있고, 의료기관 신·증축의 경우에도 국가지정격리병상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명시만 되어 있을뿐 아직까지 세부기준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가지정격리병상에 준하는 시설에 대해서도 전실, 1인실 전체가 포함되고 면적기준도 있지만 이 역시 세부기준은 보건복지부가 추후 확정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앞으로 각각의 기준이 지침으로 나올 예정으로 병원들의 기존시설 개선의무는 이격 거리와 음압병실 뿐이며 나머지 면적기준, 병실당 병상수는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적용대상 및 적용방법에서도 조산원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이 적용대상에 해당되지만 정신보건법에 따른 정신의료기관은 제외된다. 그러나 종합병원 안에 있는 정신의료기관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조금 더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 복지부 의견이다. 정신보건법상에 시설부분이 따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특별법 우선 원칙에 의해 그 시설이 정신보건법에 적용되는지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리모델링에 대해서는 허가를 받고 하는 경우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축법상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 향상 등을 위한 대수선과 일부 증축 같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개정규칙이 적용되지만 중요한 점은 바뀐 부분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0층짜리 건물에 2개 층을 올려 12층을 만들었을 경우는 새로 만든 2개 층에 대해선 개정된 규정이 적용되고 나머지 10개 층은 기존시설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이 부분에서 특히 보건복지부는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바로 의료기관 신규 개설시 새로 건물을 짓기보단 오래된 병원건물을 찾아다닌다는 것이다. 의료기관 시설기준 개선의 영향으로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에 프리미엄이 붙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과거 요양병원 엘리베이터 설치를 의무화했던 법체계를 인용해 개설 장소를 이전하거나 건물을 새로 소유 또는 임차하는 경우 개정되는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개설자 변경의 경우도 새로 시작하는 것으로 보고, 새로운 개정 규정 적용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것이며 건물구조상의 한계로 변경이 어려운 경우만 예외를 적용할 방침이다.

아직 결정된 사실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개설자 및 건물의 동일성이 모두 유지되는 경우도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생각이다.

이밖에도 법시행 이전 건축허가를 받은 것은 기존 건물로 인정받게 되어 유예대상이 되며 개정안이 확정된 이후에 새로 건축허가를 받는 경우는 적용 대상이 된다.

이처럼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의 일부 내용은 아직까지 복지부 내에서도 검토중인 사항들이 많아 하루라도 빨리 개정 기준에 맞춰 계획을 세우려는 병원들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한편, 이번 시설기준 개선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전해성 사무관(의료기관정책과)은 “입법예고 기간중 들어온 의견들을 검토중이며 앞으로 외부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이 남아 있어 12월까지 개정안이 확정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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