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만 처방하면 치료된다는 것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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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약만 처방하면 치료된다는 것은 위험
  • 박현 기자
  • 승인 2016.09.08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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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자살 등 국민정신건강에 위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지난 8월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신경과 일부 학회 주도의 정책토론회를 지켜보면서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발언 순서, 시간 등 진행절차의 불공정함에 분노하며 몇몇 의사의 정신과에 대한 인식부족과 우울증에 관한 미흡한 견해에 큰 우려와 실망감을 표하는 바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힘써온 우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토론회 중 신경과의 어느 의사가 “의대에서 정신과 교육을 32시간 받으니 정신과 질환을 볼 수 있다”면서 “우울증은 흔하고 그 치료도 쉽다”는 발언을 보며 실로 비통함을 금치 못한다.

진단이 동일하게 붙어도 우울증 환자들은 그 고통의 모습과 질병경과가 각기 다르고 작은 스트레스에도 삶을 포기할 수 있어 매우 어렵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몇 시간 교육만으로 쉽게 알 수 있다.

작은 위로의 말, 섬세한 배려와 지지로 삶의 의욕을 되찾는가 하면 거꾸로 작은 실수, 상처의 말, 좌절 등이 삶의 의지를 꺾어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다.

실로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대단히 많고 마음을 연결해 끌어올리는 심리치료도 까다로워 정신건강 전문의들도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공개석상에서 비정신과 모 의사가 우울증 치료가 쉽다며 우울증 약 처방기간을 무제한으로 풀어달라고 주장했다.

또한 모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우울증은 뇌전증전문가가 더 잘 치료할 수 있어"라고 발언했는데 되묻고 싶다. 마찬가지로 우울증 환자의 뇌경색은 우울증전문가가 더 잘 치료할 수 있고 만일 그렇다면 불면증 환자의 파킨슨병은 불면증전문가가 더 잘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인가?

우리는 비정신과 의사의 SSRI 우울증 약처방을 60일 이상으로 허용할지말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싫다.

기사를 읽는 국민들이 의사들 밥그릇 싸움으로 인식, 화나고 짜증하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의 정책규제가 우울증 약이 함부로 남용됐을 때에 미치게 될 국민건강의 피해 때문에 심사숙고 끝에 만들어진 필요한 조처였다는 것 외에 다른 설명은 부차적일 것이다.

또한 국민 정신건강을 책임지려면 특히 우울증 치료에 관하여는 정신건강 전문의가 꼭 일차적 역할을 주도해야 하며 우울증 환자를 스스럼없이 정신과에 가도록 오히려 비정신과 의사들이 협조해야 국민 정신건강이 더욱 잘 지켜질 수 있다는 바람뿐이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약물치료 만능주의에 기댄 채 우울증과 그 치료에 대해 함부로 발언하고 600만 명이 넘는 대한민국 우울증 환자들을 폄훼했을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전문의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일부 의사들에게 앞으로 공식석상에서의 발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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