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지방병원 입원실 사라질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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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지방병원 입원실 사라질까 두렵다"
  • 병원신문
  • 승인 2016.08.2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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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인력 공급 확대 외엔 대안 없어
환자 진료 집중할 수 있는 정책 배려를
“지방에는 간호사뿐만 아니라 의사, 약사 등 보건의료 인력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지역에서 배출하는 보건의료 인력의 공급 자체는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지만 졸업하면 모두 서울이나 대도시, 공공기관에 가길 원합니다. 이대로 가면 머잖은 장래에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에 큰 공백이 생길 겁니다. 지금이라도 특단의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합니다.”

전북 군산의 동군산병원 이성규 이사장은 섭씨 40도 가까운 폭염이 내리쬐는 8월16일 병원 이사장실에서 병원신문 박현 편집국장과 가진 대담에서 지방 중소병원의 의료인력난 현황을 묻자 이같이 하소연했다.

이성규 이사장은 “동군산병원은 총 300병상 규모지만 간호사 인력수급의 어려움으로 인해 7층 병동 전체를 폐쇄하고 250여 병상만 가동하고 있다”며 “공급의 대폭 확대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도상국 간호사는 선진국으로, 지방 간호사는 대도시로 이동하면서 의료 인력의 쏠림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라며 “초고령사회 도래와 건강에 대한 욕구증가 등 향후 엄청난 의료인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집단이기주의를 옹호하거나 특정 직역의 눈치를 볼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정부의 인력수요 추계에서 필요인력이 100명이면 적어도 정원을 120명에는 맞춰야 유휴인력이나 타 분야 진출 인력을 제외하더라도 어느 정도 인력공급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간호사 필요인력의 공급이 50%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며 그마저도 병동근무는 너도나도 기피해 입원실을 유지하기에 버거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정부가 연간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한간호협회 및 대한중소병원협회에 의뢰해 운영하고 있는 유휴간호인력 재취업 프로그램의 경우 현장에서는 거의 효과가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성규 이사장은 “재취업 의사를 가진 소수의 간호사들 가운데 병동근무를 희망하는 간호사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일부 병동근무 희망 간호사도 얼마 되지 않아 그만두는 등 신규간호사 등에 비해 이직률이 월등히 높아 간호인력난 해소를 기대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입증됐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요양병원의 경우 업무강도가 대체로 낮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존 급성기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사들이 옮겨가거나 신규 간호사들이 선호하는 직장으로 부각되며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인력난을 더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군산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동군산병원의 경우 중증도가 높은 환자위주로 병동에 입원시키고 교통사고 환자 등 경증환자는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으로 전원시키는 과정에서 간호사들의 업무 난이도가 높아지고 20병상이 넘는 중환자실의 환자 밀집도가 높아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성규 이사장은 “이러다가 입원실 기능이 사라질까 두렵다”며 “최근 간호대학이 4년제로 개편되면서 구직자들의 근무환경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 병동근무에서도 어렵고 힘든 일은 안 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지역거점병원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수준의 인력공급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대안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방 중소병원이라도 데이(낮) 근무자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나이트(야간) 근무자는 아무리 돈을 더 준다고 해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서울 등 대도시와 대학병원에 간호인력이 다 차면 그 후에 지방 중소병원에도 인력공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력배출을 대폭 늘리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그 중에서도 일본처럼 ‘한지간호사(가칭)’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이사장이 말한 한지간호사는 일본 코치현의 경우를 예로 들면 간호대학 등 간호사 양성시설에 재학 중인 학생 중 현의 지사가 정하는 지정의료기관 또는 방문간호스테이션 업무 참여의사를 밝히면 매달 4만5천엔(약 50만원)에서 5만4천엔(약 6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졸업 후 1년 이내 면허를 취득 후 해당 업무에 종사하는 간호사를 말한다.

의무근무기간은 장학금을 받은 기간의 1.5배에 달하는 기간 동안이다. 예를 들어 4년간 장학금을 받았다면 6년간 의무근무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의사에 대해 공중보건장학제도를 1976년 도입해 20년간 의사와 치과의사, 간호사 등 약 1천500여 명을 배출한 바 있으나 계약파기에 따른 불이익 처분이 없는 등 제도상의 미비점과 의무 복무기간 이후 근무지속 연계방안 부재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1996년 폐지된 바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이를 다시 부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간호사가 줄면 근무 중인 간호사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사고 확률도 올라가는 만큼 인력부족 문제를 방치하면 국민안전에 심각한 위해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인력이 충분하면 간호사들이 오프를 많이 쓸 수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를 방치할 수는 없어 병원 측은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서라도 근무시간을 연장하게 되고 결국 간호사들의 피로도가 더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이성규 이사장은 “현재로서는 지역 간호대학에 정원 외에 약 30%를 초과 선발해 학비를 지원하면서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력풀을 마련하는 게 최선의 대안으로 여겨진다”며 “장롱면허를 부활시켜 취업을 유도하는 방안도 결국 간호사의 재취업을 용이하게 하고 갈 곳이 흔해지다보니 이직률을 더 높이는 역설이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다른 대안으로 현재 7단계로 운영 중인 간호등급제를 3단계로 단순화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입원료에 간호가산금이 더 주어지는 경영상의 이점뿐만 아니라 직원의 근무여건이 좋아지고 의료의 질적 수준도 올라가는 만큼 간호사 지원자만 많다면 등급을 지금보다 더 올리고 싶지만 현실 여건은 법정인력 충족도 버거운 실정이라는 것.

동군산병원의 경우 병동을 일부 폐쇄하고 허가병상을 줄이면서 최근 6등급을 5등급으로 올린 바 있으나 지방에서 더 높은 간호등급은 꿈꾸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이사장은 간호등급제를 △많은 △중간 △적은 3등급으로 운영하게 되면 상위등급에서 필요간호사 수요를 줄여 하위등급에 필요한 간호사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절감되는 수가를 중간등급에 반영해 준다면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현행 허가병상 기준인 간호등급제를 실병상수를 기준으로 바꾸게 되면 병원경영에 약간이라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본격 도입되면 간호 1등급보다 더 높은 수가가 부여되므로 간호등급제가 큰 의미가 없어진다며 중증환자는 돌보지 않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제도의 원래 취지에 어긋나는 만큼 정부는 신중한 정책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밖에 중소병원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토요가산제도 시급히 도입돼야 하며 환자진료 외에 각종 인증, 수시로 변경되는 수가기준 등의 잡무도 이직률을 높이는 배경으로 작용하는 만큼 의료인력이 환자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고 덧붙였다. <공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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