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핵심가치 순위 전직원 공유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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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핵심가치 순위 전직원 공유 중요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6.08.2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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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혁신을 이끄는 CEO-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
점점 어려워지는 병원경영 환경 속에서도 힘찬 도약을 꿈꾸는 병원이 있다. 혹한의 추위를 견디고 나오는 새싹처럼 칠흑같은 어둠의 터널을 지나 희망을 쏘는 병원도 있다. 이들 병원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본지는 기존의 방법과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경영혁신을 이끄는 CEO들을 만나 다른 병원에 접목할 수 있는 경영 노하우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과 인터뷰 한 날은 폭염특보가 내린 무더운 날씨였다. 그는 전날 러시아 출장을 다녀왔다며 집무실 한켠의 가방을 가리켰다. 짐도 풀지 못한 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인터뷰 취지에 대해 설명하자 잠시 겸연쩍어 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병원경영과 관련해 진지한 대화를 이어갔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우선 병원계가 주목하고 있는 메디플렉스 세종병원(내년 3월 개원 예정)에 대해 물었다. 전문병원 간 서로의 노하우를 접목시키는 새로운 병원기법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몇몇 전문병원장들과 여러 모임에서 같이 병원을 해보자는 얘기를 나누었던 것을 이번에 우리가 선도하게 됐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은 한 병원을 뛰어넘는 다양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들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목적에 동의하는 전문병원의 시스템을 차용했다. 한 공간에서 환자들은 난이도 높은 수술을 저비용 및 빠른 진료 프로세스를 통해 효율적으로 이용 가능할 것이다”

한길안과병원과 서울여성병원의 노하우가 접목되지만 경영 참여는 안한다. 의료진 교육과 환자동선이나 진료시스템을 감안한 설계와 필요 장비 구입 등에만 자문역할을 한다. 상호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효과와 향후 해외진출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의 능력 외에 관절, 눈, 부인과 등을 핵심역량으로 키우긴 힘들다. 치료를 잘하는 전문분야에 집중하고 싶다. 심장내과 의사만 20여명 인데 파트별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한 병원에서 각 전문분야의 특화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다.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는 병원들이라 해외환자 유치에도 유리하다.

해외환자가 많이 찾는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전문분야도 접목시킬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결정한 게 없지만 브랜드 이미지상 ‘치료 중심’ 질환 분야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세종병원도 심뇌혈관 진료시스템을 뉴고려병원과 동군산병원에 의료진을 보내 이식하고 있다. 

△비전 설정 및 추진

박진식 이사장은 2009년 비전을 설정한 후 차근차근 중장기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세종병원의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개원 초창기 심장병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주려는 목표가 의학발전으로 달성돼 해외환자로 눈을 돌리게 됐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 병원이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전 직원이 참여한 워크숍과 토론 등을 통해 ‘2020 아시아 최고의 심뇌혈관센터’로 비전을 설정했다.

“허황되다는 말도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다 실현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중장기 전략에 모든 직원이 참여했기에 우리 것으로 승화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는 비전 수립시 가치관을 공유하고 일관성 있게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때 부천에서만은 한계가 있겠다 싶어 제2의 병원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9년부터 전국을 모색하다 2011년 인천시 계양구 작전동에 새 부지를 구했다. 그것이 바로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이다.  

박 이사장은 병원에서 우선시 하는 핵심가치의 순위를 전 직원이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EO, 핵심간부가 명확히 알고 전 직원에 전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 직원이 예측 가능할 수 있도록 행동하고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야 실무진들이 CEO나 간부들의 성향과 조직의 나아갈 방향을 알고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병원은 비전과 핵심가치를 JCI 인증평가를 받으면서 완성해 나갔다.

박 이사장은 “전 직원의 노력과 많은 자본이 투입됐지만 기준을 맞춰가면서 자연스럽게 개선된 부분이 많아 병원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NPS(순추천고객지수, Net Promotor Score) 시행, 해피노트, 대고객 서비스

세종병원은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개선한다. 현장에서는 실무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2014년부터 NPS 점수를 통보해 낮은 평가를 받은 부서가 자체적으로 개선 방법을 찾게 했다. 맨 처음 도입 당시 NPS는 이런 의미이고 발전을 위해서는 적극 추천고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시켰다. 그 후 전 직원이 고객 목소리를 듣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에 동참하게 됐다. 병원은 각 부서에 점수만 전달하고 개선을 위한 모든 걸 지원한다. 하지만 결국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찾는 것은 실무자들이다.

부서별 NPS를 높이려면 타부서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부서간 갈등부터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세종병원의 핵심가치 중 하나인 collaboration(협력)을 수치화해 팀장간, 부서간의 장벽을 허물었다. 이기주의를 없애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병원내는 여러 직종들이 근무하는 관계로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해피노트는 한 달에 한 개의 주제만 정해 현장 아이디어를 담고 고객 만족도 향상에 기여한다.

예를 들어 영상의학팀에서는 다리가 불편해 서서 검사를 받기 힘들어 하는 환자를 위해 앉아서 검사할 수 있는 의자를 제작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환자의 검사 방법과 가장 주의해야 할 낙상사고를 예방하는데 초점을 맞춘 후 역할극을 통해 직접 환자가 돼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경험했다. 철저히 환자의 입장에서 개선 방법을 도출한 것이다.
이 의자를 통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일어서서 받는 검사도 앉아서 받을 수 있으며, 서 있거나 움직이지 않아도 다른 직원의 도움으로 편하게 앉아서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병동에서는 환자에게 안전한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기존 바구니를 침상에 직접 걸 수 있는 바구니로 교체했다. 편마비 환자가 선반 위에 놓여진 물병을 잡으려고 손을 뻗는 행동이 환자의 균형을 잃게 만들어 낙상 위험이 크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박진식 이사장은 “NPS 시행과 해피노트 등은 다른 병원에도 권하고 싶다”고며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핵심요소라고 강조했다.

△부천시립노인전문병원 위탁 운영 관련

세종병원은 지난 1월 부천시립노인전문병원 및 노인복지시설 재위탁운영에 대한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박 이사장은 운영 이유에 대해 “뇌혈관질환 환자들의 특성상 퇴원 후가 늘 걱정이었다”며 “환자를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한 민간병원이지만 미래의 중요한 사회적 문제인 노인성 질환을 관리하는 공공의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도 한다. 

“운영간 발생하는 수익 전액을 공공성 강화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해 재투자 할 예정이며, 경제적 소외계층을 지원할 것이다. 치매 예방 사업, 치매 전문가 육성과정과 지역 치매안전망 구축을 통해 공적 영역 역할강화에도 힘쓰겠다”

세종병원은 고용의 안정성 유지와 노사화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직원 애로사항 취합 및 근무여건 개선에 힘쓰며, 직원 공동체 활동 지원 등을 통해 신바람 나는 조직문화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료나눔 활동

새종병원은 개원 후 이듬해인 1983년부터 국내 선천성심장병 어린이 무료수술 사업을 전개해 2016년 7월31일까지 총 1만1천389명의 국내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새생명을 안겨 주었다.

‘심장병 없는 세상을 위해’라는 설립 이념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의료나눔 활동을 시행했다.

병원은 1989년부터 26년간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멜리이사아 등 27개국을 대상으로 해외 심장병 환아 무료수술을 1천360례 시행했다.

한국심장재단, 순복음교회, 약사회, 세이브더칠드런, 교통봉사대 등과 연계해 국내외 심장병 환자 수술을 지원하고 있으며, 꾸준한 의료나눔 활동으로 해외에서 심장병 치료 전문 의료기관이라는 인지도와 신뢰를 얻고 있다.

△경영 아이디어는 책속에서

궁금했다. 눈코 뜰새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서두름 없이 침착함을 잃지 않는 여유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박진식 이사장은 책을 꼽았다. 새로운 경영기법이나 트렌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책보다 좋은 것이 없다고 강조한다. 매년 1,2주간은 아무 것도 안하고 독서에만 빠진다고 한다.

독서 스타일도 특이했다. 같은 종류의 여러 경영서적을 한꺼번에 보면서 서로 비교하면서  색다른 교훈을 얻는다고 소개했다. 한 권씩 읽다보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고, 저 말이 맞는 것 같아 책마다의 장단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동료 선후배 병원장 9명과 ‘삼목회’ 독서 모임을 정기적으로 갖고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도 병원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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