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알코올 중독=범죄위험 25.2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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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알코올 중독=범죄위험 25.2배 ↑
  • 박현 기자
  • 승인 2016.07.12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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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문제 동반할 경우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알코올이 조현병 환자 공격성 높여
공존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 및 치료 필요
조현병 환자가 알코올 문제를 동반할 경우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강남역 및 수락산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피의자들이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현병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현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키고 잠재적 범죄자로 단정 지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술 문제를 동반하는 환자의 경우 치료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조현(調鉉)이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으로 신경계나 마음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조율'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원래는 정신분열증으로 불렸지만 병명의 어감이 사회적으로 거부감과 편견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에서 지난 2011년 지금의 조현병으로 개명됐다.

조현병은 전 세계적으로 100명 중 1명, 즉 인구의 1%가 걸리는 흔한 정신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조현병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10만4천여 명으로 실제로는 약 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망상과 환각 등이 있다. 잇따른 사건 때문에 범죄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질환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 범죄율은 낮은 편에 속한다.

2014년 경찰통계연보를 보면 총 범죄자 171만여 명 가운데 정신질환 범죄자는 0.4%에 불과했다.

학계에서는 조현병 환자의 폭력성이나 범죄율은 질환과 동반되는 물질관련 장애, 즉 알코올이나 약물 등의 영향이 크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은 “일부 조현병 환자의 이상 범죄를 확대 해석해 모든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원장은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을 관장하고 충동적 행동을 제어하는 전두엽의 기능을 마비시킨다”며 “특히 조현병 환자가 알코올 문제를 동반할 경우 범죄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2000년~2009년까지 살인을 저지른 조현병 환자 33명을 분석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살인 당시 알코올 및 약물 중독자가 57.5%로 절반이 넘었다.

해외의 경우 일찍부터 조현병 환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특히 1996년 보고된 핀란드의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과 조현병이 병존하는 경우 일반인에 비해 살인을 저지를 확률이 17배에 이른다.

이보다 2년 후에 출간된 연구는 무려 1만1천17명의 대상군을 26년 간 추적, 관찰해 알코올 중독과 조현병을 동반한 남성 환자의 경우 폭력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25.2배나 높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알코올은 조현병 환자의 공격성을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하지만 반대로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김석산 원장은 “조현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과잉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라며 “알코올은 보상회로를 자극해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켜 정신질환을 일으키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수락산에서 6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의 피의자 역시 비슷한 경우다. 평소 음주문제로 주변 사람들과 불화를 겪었던 피의자는 알코올 의존증으로 5차례나 입원한 전력을 갖고 있으며 최근 조현병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25일 2호선 대림역으로 향하던 지하철 안에서 흉기로 승객들을 위협해 검거된 40대 남성도 사건 당일 소주를 7병이나 마신 조현병 환자로 드러났다.

김 원장은 “조현병과 동반해 나타나는 알코올 문제가 범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공존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도움말=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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