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어린이 대상 "비만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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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어린이 대상 "비만과의 전쟁"
  • 윤종원
  • 승인 2004.10.0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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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정부가 비만 어린이들을 교내 헬스클럽에 의무적으로 보내 체중감량훈련을 시키는 등 미래 사회의 주인공이 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비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키 144cm에 몸무게가 58kg인 초등학교 4학년생인 모나 쇼(10)는 4년째 친구들과 어울려야 하는 시간에 맘껏 놀지 못한 채 학교에서 실시하는 체중감량 프로그램에 참가해 줄넘기와 달리기를 하고 농구공을 드리블하고 있다.

쇼는 "날씬한 친구들이 맘대로 옷을 골라 입는 것을 볼 때 내가 비만이란 사실에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표준체중"에 맞추려면 쇼는 약 17kg의 몸무게를 빼야한다.

비만학생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학교내 "헬스클럽" 회원인 쇼는 정규 체육시간이외 시간에 비만 퇴치 프로그램에 따른 운동을 해야 한다. 교사들은 매달 비만학생의 키와 체중을 체크하며, 비만학생은 살을 빼지 못하면 졸업할 때까지 헬스클럽 과외수업을 받아야 한다.

또 학교에서는 학생이 먹는 음식을 직접 제한하지는 않지만, 교사가 정기적으로 부모를 만나 건강에 좋은 식사법을 권고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쇼는 이전에는 채식을 싫어했으나 이젠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초등학교들은 대부분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파는 민간업자들로부터 점심 급식을 배달받고 있다. 이는 다양한 인종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중국식이나 이슬람식, 인도식, 서양식 등 취향에 맞는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다.

쇼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점심 급식업자들에게 방부제를 넣은 음식이나 통조림 식품, 튀긴 음식과 청량음료, 카페인음료를 가급적 제공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 건강식으로 급식 메뉴를 바꾸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각급 학교를 대상으로 이같은 비만과의 전쟁을 시작한 것은 벌써 10여년 전. 당시 정부는 나날이 비만인구가 늘면서 보건비용이 급상승하자 패스트푸드와 텔레비전, 컴퓨터 게임에 탐닉하며 장차 비만성인이 될 게 뻔한 청소년 세대를 겨냥한 비만과의 전쟁이 최선책이라고 판단했다.

교육부는 이런 헬스클럽 프로그램을 통해 과체중 학생의 비율이 1992년 14%에서 2003 10%로 떨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성인들도 "비만과의 전쟁"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매년 9월 한 달 동안 실시하고 있다.

올해 캠페인은 해변에서 1만2천명이 참가하는 대형 에어로빅 클래스와 함께 시작됐다. 키가 크고 몸매가 멋진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도 클래스에 참가해 땀을 흘리는 모습이 TV에 방영되기도 했다.

정부의 보건위원회에서 연구 및 정보부문을 맡고 있는 마벨 얍은 "싱가포르 국민은 다른 개발도상국 국민보다 비만정도가 낮지만 심장병 발병률은 그들과 비슷하다"며 비만 퇴치 캠페인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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