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지킨 어린이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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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지킨 어린이병원"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6.06.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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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원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장 "적자 불구 의료의 질 향상 위해 투자 지속" 강조
▲ 한상원 병원장
“아마 제가 전세계에서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의사 중 1명일 것입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은 지난 10년간 저처럼 일에 미친 의사들이 지켜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개원 10주년을 하루 앞둔 6월14일 기자들과 만난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한상원 병원장은 130년 전 제중원 시절부터 세브란스병원을 지탱해온 정신인 ‘자력’과 ‘자주’ 정신이 적자투성이의 어린이병원을 지키는 원동력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병원장은 “지금은 수술을 많이 한다는 게 자랑이 아닌 시절이 됐다”며 “환자와 보호자들은 담당의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수술을 집도해주길 바라지만 이 경우 특정의사에게 수술을 받고 싶어도 기회가 오지 않는 불편이 초래됨은 물론 후배 의사들에게 풍부한 수술경험을 물려줄 기회가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자가 불가피한 어린이병원에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하고 별도의 어린이병원을 짓도록 지원해 준 故강진경 전 의료원장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면서 “누가 적자나는 병원에 돈을 댈 것이냐”고 말했다.

교직원들의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원내에서 적자 부서라는 따가운 눈총을 견디고 묵묵히 헌신해온 교직원들의 노고에 대해 한상원 병원장은 “슬프지만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표현했다.

그나마 최근 정부정책이 어린이에 친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을 포함해 타 어린이병원들도 적자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지만 전국 7개 어린이병원이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나마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의 경우 적자가 많이 발생하는 진료과가 어린이병원이 아닌 본원 소속으로 남아있어 적자가 적은 것처럼 착시현상을 보이지만 실제로는 타 병원과 마찬가지라는 것.

한상원 병원장은 “일본의 경우 소아환자에 대한 수가가 성인에 비해 약 3배 높지만 공공·민간 소아병원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해 사립병원까지 현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소아환자는 성인에 비해 진료 인력과 시간이 더 많이 투입돼야 하나 수가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신생아의 경우 성인 대비 3∼5배, 영유아는 2∼3배, 5세 이상은 1.3∼1.5배의 수가가 가산돼야 겨우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어린이병원에는 간호사들이 오려고 하지 않으며, 원내에서 직원 이직률이 가장 높은 것도 낮은 수가와 열악한 근무환경 탓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20∼30%의 소아관리료가 주어지지만 이 정도 수가 가산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 최소한 50%는 소아관리료가 더 붙어야 적정한 인력 채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 병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수익성 이전에 소아진료의 질 향상을 위해 조만간 다학제진료에 본격 착수하는 등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소아에 대한 다학제진료는 현재 별도의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지만 환자 중증도가 높아지면 다학제진료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한 병원장은 덧붙였다.

그는 이밖에 앞으로 외과계 중환자 비중을 더 높이고 1·2차 의료기관과 경쟁이 아니라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서로 상생하기 위해 의뢰·회송에 적극 협조하며, 지난해 60개국의 외국인 환자가 찾았던 외국인 진료 분야 실적을 더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향후 병원 운영 방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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