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자 MT, '술 없이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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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자 MT, '술 없이도 가능하다'
  • 박현 기자
  • 승인 2016.05.26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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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랑중앙병원 매년 봄·가을 병동별 야유회&MT 진행
술 없이 보내는 즐거운 경험 통해 단주 의지 되새겨

“술 없이 먹는 삼겹살이 더 맛있고, 술 없이도 이렇게 재밌게 놀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김OO씨(42세)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와 함께 둥글게 둘러앉은 사람들 역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모두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이다.

지난 5월20~21일 양일간 경기도 가평에서 진행된 다사랑중앙병원 개방병동 MT에 참석한 환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술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도대체 어떤 경험을 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술자리를 이어간다.

알코올 의존증이 다른 질환에 비해 자각이 늦고 재발도 쉽게 일어나는 이유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무형 원장은 “술이 없어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스스로 느낀다면 단주 성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관리병동에서 치료를 받던 한 환자가 퇴원을 앞두고 가족과 함께 외출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이제 술을 끊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던 환자였죠. 그런데 식당에 갔더니 맥주를 시키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는 술과 격리되어 지냈기 때문에 몰랐지만 막상 병원 밖으로 나가보니 술을 끊을 자신이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결국 그 환자는 치료를 연장했고 지금까지 단주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이러한 사례를 예로 들어 “금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실패하는 이유는 술을 마시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특히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은 기쁠 때나 힘들 때나 늘 술과 함께 해왔기에 가장 친한 친구를 잃어버리는 것 같은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까닭에 다사랑중앙병원은 매년 병동별로 MT, 야유회, 송년회 등의 행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무형 원장은 “술을 끊은 후 환자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허전함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치료의 일환으로 환자들이 직접 경험을 통해 느끼다보니 효과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다만 “폐쇄된 병동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치료진 입장에서는 상당한 모험이기 때문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환자이탈이나 응급상황을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같은 이유로 타 병원에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병원을 벗어나 탁 트인 바닷가나 울창한 숲속에 나온 환자들은 야외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다. 물론 술은 없다. 대신 음료수를 마신다. 레크레이션 시간에는 웃음과 재미를 위해 치료진들이 몇날 며칠 동안 고민하며 준비한 게임들이 펼쳐진다.

여전히 쭈뼛대거나 심드렁한 표정을 짓던 환자들조차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모습에서 수년 간 다져온 노하우가 엿보인다.

진행자 외에 담당 상담사와 간호사, 심지어 병원장까지 팀을 이뤄 어우러지다 보니 치료진과 환자 사이도 돈독해진다.

경계심와 긴장감이 허물어진 환자들은 축구·배구 등 운동을 통해 땀 흘리며 단합해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 같은 경험을 통해 환자들은 술 없이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단주에 대한 의지를 되새기며 회복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무형 원장은 “술에 대한 충동을 조절할 수 없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사소한 자극에도 갈망감을 느낄 수 있다”며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전문병원의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다사랑중앙병원은 2004년 9월11일 개원해 올해로 12년째 2만여 명 이상의 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치료해 온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병원이다.

알코올 문제를 신체적·정신적·한방 치료적인 방향에서 다각도로 접근해 양·한방 협진으로 치료하며 '관리-개방-재활' 단계별 치료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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