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무너지는 가정, 당신의 아내는 안전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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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로 무너지는 가정, 당신의 아내는 안전하십니까
  • 박현 기자
  • 승인 2016.05.19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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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배우자들, 아내의 음주 문제 숨기기에 급급해
알코올 중독은 배우자의 적극적인 의지가 치료에 큰 도움 돼

#A씨는 아직도 어린이날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술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아내 때문에 놀이공원에 가자던 5살 난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내가 집에서 몰래 술을 마신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다는 A씨는 아내의 치료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B씨는 아내와의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 예전부터 술을 좋아했던 아내는 언제부터인가 과음을 하고 나면 입에 담지 못할 쌍욕과 손찌검을 하기 시작했다.

이날도 단둘이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폭력적으로 돌변한 아내는 다음날 아침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 B씨를 당혹스럽게 했다. B씨는 아내의 폭력적인 주사를 주위에 알리기 부끄러워 혼자서만 끙끙 앓고 있다.

A씨와 B씨처럼 모두가 행복한 가정의 달 5월을 고통스럽게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겉으로 드러내 밝힐 수 없는 가정사, 바로 아내의 음주 문제 때문이다.

여성 음주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음주 폐해 예방을 위한 음주 감소 전략 연구'에 따르면 2005년 3.4%에 불과했던 여성 고위험 음주율(1회 평균 음주량이 5잔 이상이며 주 2회 이상 음주한 비율)은 2012년 6.0%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성 음주문제는 이러한 공식적인 통계 수치로만 설명하기에는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실제 통계로는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편견이나 주위 시선 때문에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기 쉽지 않은데다가 여성 알코올 중독자 대부분이 집에서 혼자 몰래 술을 마시다 보니 가까운 남편이나 가족들조차도 문제를 알아채기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성태 원장은 “본원에 입원한 여성 환자들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실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문제 음주자들은 보다 많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사랑중앙병원에 따르면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여성 환자들 대다수가 본인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역시 마찬가지다. 혹시라도 주위 다른 사람들이 환자 본인 또는 아내가 알코올 의존증 환자임을 알게 될까 노심초사하는 경우가 대부분다. 그렇다 보니 실제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는 비율 역시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치료를 시작했더라도 여성 환자 가족의 경우 남성 환자 가족에 비해 치료에 참여하는 태도나 의지, 지원이 소극적인 편이다.

실제 알코올 의존증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병원 내 가족교육만 보더라도 남성 환자 가족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반면 여성 환자 가족 참여율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성태 원장은 “여성 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치료하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치료에 대한 배우자나 가족들의 소극적인 태도”라며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서는 배우자의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데 남편들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아내의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만큼이나 알코올 문제를 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만약 사소한 것이라도 아내의 음주 문제가 엿보인다면 미루거나 방관하지 말고 가까운 알코올상담센터나 전문병원을 찾는 것이 가정을 지키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알코올 의존증은 남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술로 인한 질병이다.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회복이 가능한 질병임을 이해하고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에는 적극적으로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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