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병원과 메르스 극복 잊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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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병원과 메르스 극복 잊지 못해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6.05.0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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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근 병원협회 회장 퇴임 인터뷰, 진료현장 돌아가 환자에 봉사 계획
박상근 대한병원협회 제37대 회장이 5월13일 임기를 마친다. 2년전 공실선행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추대된 박 회장은 ‘세월호 1년, 메르스 1년’으로 대변된다.
박 회장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회원을 섬기고 실사구시를 통해 회원권익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매사에 앞서 가고 무실역행의 자세로 세세한 부문까지 최선을 다해 행동하는 협회를 만들고자 했다.
재임기간 중 역점을 두었던 사업과 성과, 그리고 평가에 대한 박 회장의 소회를 들었다.

- 회장 재임기간 중 역점을 두신 사업과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병원협회 회장 취임식에서 국민건강수호와 회원권익은 물론 병원계가 처한 열악한 환경을 강건한 생명력이 넘치는 푸른 생태계로 바꾸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이것은 저의 평소 소신이기도 했습니다. 의료인으로서 국가 보건의료의 체력을 키우는 것이 사명이며, 이를 위해서는 의료계가 건강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저는 건강한 보건의료환경을 마련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아 지난 2년간 회무를 추진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고난의 행군이었으며 숱한 좌절과 절망을 안겨주었습니다. 병원의 어려운 상황을 납득시키고 도움을 청할 때 국민은 외면하였고, 기존의 불합리한 규제와 정책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은 거대한 벽을 향해 무모한 돌진을 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진하고 또 전진하였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비록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3대 비급여 제도 개편과 관련하여 병원계의 실손 실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 간 줄 곳 의료소비자 단체의 민원사안이었던 선택진료 제도의 개편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만, 제도개선의 취지를 살리면서 병원들의 재정보전을 위하려 최대한 노력하였습니다. 선택진료 의사에 대한 기준 등을 병원현실에 맞도록 합리적으로 조정하였고, 재정보전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획기적인 제도 변화이기 때문에 그 효과를 단기적 분석으로 결론 지울 수 없겠지만, 이러한 참여 과정을 통해 합리적 정책파트너로서의 병원계의 위상은 어느 정도 인정되었다고 봅니다. 또한 10년 가까이 동결되었던 식대수가 인상이 이루어졌으며, 자동조정기전과 직영가산도 조만간 결정 고시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메르스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병원협회가 헌신적으로 노력하여 회원병원들과 함께 국민을 지켜냈으며, 이를 통해 병원계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과였다고 생각합니다. 메르스 후속 조치로 병원문화 개선, 국가 방역체계 개편 등의 정책이 가시화되었고, 이 과정을 통해 국민과 정부와 병원계가 함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점 또한 뜻 깊게 생각합니다.

- 지난 2년간 세월호, 메르스 등 국가 재난상황을 맞아 병원계의 대응이 전국민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병원협회의 활동과 느끼신 점은 무엇인지요.

취임 첫 활동이 팽목항을 방문하여 세월호 피해국민들과 함께 한 것이었습니다. 병원협회가 나서서 자원봉사 계획을 수립하여 21개의 병원들이 참여해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의료지원 활동을 하였습니다. 병원종사자들의 자원봉사와 협회 임직원들의 자발적 봉사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 5월엔 메르스 사태로 나타난 사상초유의 병원계의 위기와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초기에는 병원 내 감염이란 이유로 의료인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냉정하였고 환자가 발생한 병원 가족들조차 차가운 감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환자치료와 확산 방지를 위하여 우리 의료인들은 묵묵히 최선을 다하였으며 결국은 조기에 사태를 종식시켰습니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병원을 격려하고 의료인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마음을 전해 주셨습니다. 아플 때 믿고 찾아갈 곳은 병원밖에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저는 병원협회내에 비상 상황실을 설치하고 정부와 공조하여 병원들이 일사분란하게 대처토록 하였고, 외래 격리진료실을 갖춘 국민 안심병원을 가동하였고, 중앙정부가 마련한 민관합동 대책 위원회에 참여하여 주도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또한 피해 병원들을 두루 방문하여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병실 부족으로 격리환자를 전원 할 병원을 알선하고, 부족한 의료인력을 보내고, 에크모 팀을 지원하는 등 숨가뿐 날들을 보냈습니다. 또한 종식을 앞두고 피해병원들의 막대한 재정적 피해를 보상받게 하기 위하여 대 국회, 대 정부 설득을 다하였으며 그 결과 2500억원의 피해 보상금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시련 속에서 협회장을 지낸 저로서는 아쉬움과 아픔이 적지 않습니다만, 이 사태를 통해 의료계에 대한 국민과 정부의 인식이 바뀌었으며 현장의 전문가 단체의 중요성이 각인된 만큼 향후 중요한 보건의료 정책결정의 중심에 전문가가 존재하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 병원협회에서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셨는데 그에 대한 소감과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약 12년간의 병원의료산업전시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제적 경쟁이 가능한 글로벌 TOP전시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국제병원의료산업 박람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의료산업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시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우려 속에서 치러진 두 번의 박람회를 통해 어느 정도의 성공 가능성은 예견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실제 병원산업의 중심에 있는 병원인들이 주요 참여자라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 3회 박람회는 서울 코엑스에서 보건복지부, KOTRA와 함께 개최하기로 결정된바 크게 성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앞으로 외연확장에 연연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병원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홍보와 마케팅이 이루어지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의료산업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기를 기대합니다.

- 임기 중 3대 보장성강화정책,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공의특별법 등 많은 현안들이 도출, 진행 중 입니다. 그동안 병원협회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동분서주 하셨는데 그에 대해 평가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야말로 의료계의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정책들이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3대비급여  제도개선을 통한 보장성 강화부분은 그 효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통해 정책의 틀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나 전공의특별법 등도 마찬가지로 제도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이견이 있기 힘듭니다. 그런데 아쉬운 부분은 수년 동안 이루어지지 않은 원인을 냉정히 고민하지 않고 여론에 밀려 또는 정책입안자들의 주장에 의해 추진됨으로써 오히려 많은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봅니다. 저희가 정책결정과정에서 주장한 것도 그 부분입니다. 걸림돌이 되는 의료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실질적 목표가 이루어질 수 없음에도 많은 경우 “선시행, 후고민”이라는 후진적 정책결정과정이 되풀이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였습니다.
다만, 이와 같은 병원계의 의견이 반영되어 지금이라도 실질적 개선을 위한 제도개편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법령 제정이 우선되고 사후약방문 형태의 논의가 반복되는 것은 앞으로 지양되어야 할 것 입니다.

- 수가협상 등 건강보험 제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지만 아직 요원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정책 개선을 위해 병원계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가장 뼈아픈 점입니다. 오랜 시간 병원계를 대표하여 건강보험제도의 합리적 발전을 위해 고민해 온 것을 실행에 옮기고자 수가정상화와 이를 가능케 할 수 있도록 제도적 폐악을 개선하는데 가장 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 등 국가의 위기상황에서 건강보험제도의 합리적 운영방안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루지 못한 채, 수년간의 악습의 결과로 말도 안되는 수가가 책정되는 상황에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회원들께 너무나 죄송한 부분입니다.
현재 수가협상 방식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차기 집행부에서는 근본적 해결방안에 대한 체계적 사업추진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 임기내내 병원협회 재정건전화에 노력한 결과 재정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그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협회재정의 대부분은 회원들의 회비에 의존합니다. 취임초기 적자로 출발하게 되어 무척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임직원들이 한마음으로 다양한 재정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고, 함께 노력한 결과로 37대 집행부는 안정적 재무상태를 유지하였고, 흑자결산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회원에게 다가가는 협회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지출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입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2015년도 협회비 수입이 역대 최대라는 점입니다. 단순히 재정안정화라는 면보다는 더 많은 회원들이 협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셨다는 점에서 제게는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회원병원들을 만나고 의견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비록 보이지 않지만 협회에는 굉장히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 퇴임후 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신경외과 의사로서 환자들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큰 계획입니다. 진료현장에서 환자들의 건강을 돌보고 봉사하는 것이 의사로서의 가장 큰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그 사명을 지킬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얼마 전 출범한 “보건의료정책 포럼”을 활성화시켜 보건의료현장의 목소리가 합리적인 정책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사실 내년 대선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포럼에 참여하고 계시는 여러 석학분들과 함께 보건의료의 지향점을 성찰하여 건강한 보건의료체제를 우뚝 세우고 국가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서 의료계가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 마지막으로 병원협회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취임당시 병원협회를 신뢰(trust), 자부심(pride), 동료애(camaraderie)가 넘치는 great work place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병협 사무국의 중요성을 익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평소 병협 직원들이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직원들의 변화를 통해 병원계의 이익이 창출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끔 회무를 이끌어 왔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병협 직원들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병원들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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