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부도로 의료자원 낭비 2조5천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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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부도로 의료자원 낭비 2조5천억원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6.04.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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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진료 필요한 다른 환자에게도 피해 초래
정부-병원계-소비자단체 노쇼 근절 공동 캠페인 나서
최근 한 병원에서는 유방암 수술을 받기로 한 환자가 돌연 수술을 취소해 수술실이 하루 종일 비어있었다.

수술을 집도할 의사는 고난이도 수술임을 고려해 당일 모든 스케줄을 비워두고 암 제거 수술과 유방재건수술을 동시에 시행하기 위해 성형외과 전문의에세도 협진을 의뢰한 상태였다.

다른 수술 대기 환자를 앞당겨 수술할 수도 없었다. 수술 전 검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입원 및 수술 예약부도로 인한 손실이 한 해 2조5천억원에 달한다. 

대한병원협회(회장 박상근)와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교육원 등은 4월26일 제일병원에서 ‘책임있는 소비문화 조성을 위한  예약부도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예약부도로 인한 병원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공정위가 소비자단체, 소비자원 및 사업자단체 등과 협력해 추진 중인 ‘예약부도(No-Show) 근절 캠페인’에 반영하고, 캠페인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관계기관들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상근 병원협회 회장은 “예약부도로 인해 국민과 국가적 손실이 많다”며 “지금이라도 나서 소비문화 개선과 시민의식을 고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에서의 예약부도는 다른 환자의 진료권을 침해하고 의료자원을 낭비하게 된다”며 “이번 캠페인에 병원계도 적극 나서 올바른 문화 정착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의료기관은 예약 환자에게 문자뿐만 아니라 전화까지 하고 있지만, 예약 취소 사례는 좀처럼 줄고 있지 않다"며 "교통, 숙박 등 다른 분야처럼 선입금을 받으면 예약 취소율이 훨씬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중요한 수술이나 검사를 예약한 환자가 아무런 연락없이 나타나지 않으면 병원뿐만 아니라 응급진료가 필요한 다른 환자에게도 피해를 초래하는 등 병원에서의 예약부도 근절은 중요한 문제”라며 소비자단체와 함께 하는 예약근절 캠페인에 병원계의 동참을 요청했다. 

정규형 대한전문병원협회 회장은 "안과전문병원인 우리의 경우 과거 예약 위약률이 20%에 달했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 12%로 위약률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고민"이라며 "예약 재확인을 위한 비용 부담과 책임을 의료기관에만 전가해서는 예약 문화 개선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경 제일병원 행정부원장은 "수술은 100% 예약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병원 수술실은 하루 전 예약 취소를 해도 준비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들고, 특히 다른 사람에게 수술 기회를 뺏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반드시 예약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예약 선입금'을 받으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장덕진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정부가 의료기관의 예약 선입금 제도 도입을 강제로 시행할 수는 없다"며 "공정위는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예약 선입금을 받는다면 그것을 제한할 생각은 없으니 병원별로 관련 내용을 검토해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견표 소비자원 원장도 "의료계가 예약 위약률을 낮추기 위해 부적절한 환자와 보호자에게 적당한 제한조치를 해 올바른 예약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힘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병원계가 공정위와 소비자원이 제작한 동영상과 포스터를 배포해 홍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조창은 소비자원 상임이사는 "병원 예약부도율이 외식업에 이어 두번째지만 그로인한 손실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하며 "노쇼 근절이 시급한 업종"이라고 했다.

민응기 제일병원 병원장은 "항공, 기차 등 교통에서는 정착됐지만, 사실 선입금 문제를 받는 것은 의료기관 입장에서 매우 부담된다"고 했다.

민 병원장은 "만약 선입금을 받겠다고 하는 의료기관이 나온다면 국민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며 "정부에서 꾸준하게 올바른 예약 문화 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을 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약속을 안 지키면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자 한국소비자교육원장도 소비자 의식개혁을 통한 문화생활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병원의 예약 선납금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황일순 제일병원 진료부원장도 “크기 않은 범위 내에서의 예약 선납금을 받아 의무감을 고취시키고 약간은 강제적인 장치 마련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교통, 음식점 등 다른 분야에서 예약을 지키지 않을 때 일정 부분 손해를 보는 것을 국민이 이해하는 것처럼 의료 분야에도 가까운 시일 내 이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상근 회장도 ‘노쇼 제로데이’를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번 간담회는 예약 선입금 도입과 예약부도 근절을 위한 캠페인 홍보 활동에 정부, 병원계, 소비자단체가 함께 노력을 다짐하며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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