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붉어지고 걱정 많다면 '사회공포증'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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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붉어지고 걱정 많다면 '사회공포증' 의심
  • 박현 기자
  • 승인 2016.03.29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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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진 교수, 적극적 치료 강조

직장인 김 모 씨(29)는 사내 PT발표를 앞두고 수 주간 고민에 빠졌었다. PT발표 내용도 내용이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서서 발표해야 하는 상황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발표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하고 십 수번 연습도 했지만 '얼굴이 붉어지진 않을까. 말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발표 시간을 넘기거나 질문에 대답을 못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김 씨는 발표당일 긴장과 불안감을 많이 느꼈지만 준비한데로 PT를 잘 마쳤다. 칭찬도 받았지만 김 씨는 속으로 '얼굴도 붉어지고 중간에 말도 더듬었다'고 자책했다.

김 씨는 PT와 같이 남들 앞에 서는 업무를 하지 않도록 부서를 옮기는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타인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신경을 많이 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면 문제가 된다.

예를들어 학창시절 남들 앞에서 책을 읽을 때 목소리가 떨리고 얼굴이 붉어지는 게 싫어 잦은 결석을 한다든지, 지하철, 버스에서 타인의 시선이 의식돼 외출을 피하는 행동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는 '사회공포증'이라고 부르며 적절한 관리가 치료가 필요한 일종의 질환이다.

사회공포증, 100명 중 2~3명 앓아

사회공포증으로 인해 일반적인 사회활동에 많은 지장을 준다.

사회공포증은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사회공포증으로 생활에 피해를 받는 사람은 적어도 100명 중 2~3명에 달한다.

병원을 찾는 사회공포증 환자의 약 3/4는 휴학이나 휴직을 고려하고 실제로 1/3 가량은 휴학이나 휴직을 한 경험이 있다.

또한 약 10%에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고 약 5%에서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못 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진 교수는 “이 같은 사실은 사회 공포증이 어떤 신체적인 질병 못지않게 심각한 노동력의 상실과 함께 삶의 행복을 파괴하는 심각한 문제인가를 짐작케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하며 고통을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회공포증 환자는 평소 두려워하는 상황을 다양하게 경험한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기를 두려워하는 경우,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 타인과 시선을 마주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 등이 있다.

환자들은 이 같은 증상을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하며 당황해서 숨기려다 보니 긴장은 더욱 고조돼 심할 경우 공황발작까지 경험하게 된다.

학교나 직장에서 긴장이 연속돼 손이 떨리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까봐 두렵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시선을 어디에 둘까 몰라 생활이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다. 그러다 보니 저녁엔 기진맥진해 잠 잘 때만 편안하다고 느낀다.

환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 처하기 전부터 미리 불안해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피하고자 한다.

주요 증상은 크게 자율신경계의 증상이 주를 이루는 적면(얼굴 붉어짐) 그룹과 자기의 시선을 처리 못 해 불안해하는 시선 그룹에 따라 다르다.

적면 그룹의 증상은 대인 긴장, 적면, 손 떨림, 목소리 떨림, 연하곤란 등이 있고 시선 그룹의 증상은 자기시선공포, 타인시선공포, 정시곤란(똑바로 쳐다보지 못함)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내향적 사람에게 주로 나타남

사회공포증은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정신적 에너지가 외부, 즉 바깥으로 향하는 외향적인 사람과 달리 내향적인 사람은 정신적 에너지가 내부로 향한다.

사회공포증 치료는 주로 환자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내향적 성격을 스스로 편히 받아들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 사람의 평가를 중요시 하는 외향적인 사람과 달리 내향적인 사람은 적은 수의 친구를 깊이 사귀고, 세상사 다양한 정보를 모으기 좋아한다. 음악, 영화를 선택할 때도 남들의 평가 보다는 나만의 느낌을 중요시 한다.

그래서 내향적인 사람들은 여러 사람들 앞에서 더 수줍음을 타고 당황하고 긴장을 느낀다. 외향적인 사람은 사업가, 정치가, 연예인 등에 적합하고 내향적인 사람들은 철학자, 종교가, 예술가 등에 적합하다.

환경적인 영향으로는 부모의 태도가 거절적이거나 지나치게 과잉보호 적인 경우가 많다. 거절적이란 비판적이며 사랑이 부족한 경우로 이러한 부모 밑에서 자라게 되면 대인 관계에서 늘 긴장하고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이 잘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성격이 생기게 된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나경세 교수는 “유발원인으로는 과거에 얼굴이 빨개졌거나 말을 더듬는 등 큰 창피를 당했거나 고통스러운 일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며 “발생원인이 다양한 만큼 그에 적합한 치료방법을 찾아서 증상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기불안 극복, 성격 인식으로 치료

치료는 예기불안 극복을 중심으로 성격 인식, 역설적 의도, 시선 외향화 훈련, 인지교정 훈련, 약물치료 등으로 이뤄진다.

예기불안은 주로 어떤 일이 미래에 일어날 것을 예상해 미리 불안해하는 것을 말한다. 적절한  예기불안은 우리가 어떤 상황에 대해 준비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환자들의 예기불안은 그 정도를 훨씬 벗어나 있다. 그들은 이미 벌어질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있으므로 자기최면에 사로잡혀 모든 증상이 나타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은 흔히 역설적으로 움직인다. 긴장하면 안 된다는 마음의 바램은 긴장을 부른다. 환자가 이러한 예기불안에 대한 이해를 통해 예기불안의 강도를 줄이고 유용한 정도의 강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내향적인 성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회공포증이 빈발하는 10~20대에는 외향적인 성격들이 적응을 잘한다. 이에 내향적인 아이들은 열등감을 심하게 느낀다.

하지만 이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은 상호 보완적으로 공존하며 만들어 나가는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내향적인 성격이 열등한 것이 아니듯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다.

조성진 교수는 “이외에도 자신의 단점에 당당히 맞서는 역설적 의도,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도록 하는 인지 교정 훈련 그리고 상황에 따라 약물치료를 통해 환자의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며 “무엇보다 걱정 많은 성격, 내향적 성격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정도가 지나치지 않도록 교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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