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르는 대학 음주문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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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부르는 대학 음주문화 여전
  • 박현 기자
  • 승인 2016.03.03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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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술의 전당'은 처음이지?”
음주로 인한 대학생 사망 사고 매년 1~3건 발생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대학 내 음주사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년 2~3월이면 대학가는 오리엔테이션(이하 OT)을 시작으로 개강파티, 신입생 환영회, 단합대회(MT) 등 갖가지 명분을 내세운 술자리가 이어진다.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이미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셈이다.

이제 막 성인이 되어 접한 술은 해방감과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한순간 잘못된 음주로 인해 대학생활은 물론 평생의 후회로 남을 실수를 저지를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주량을 잘 모르는 신입생들의 경우 과도한 음주로 인해 목숨까지 잃는 일도 비일비재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대한보건협회 조사결과 최근 10년 간 음주로 인한 대학생 사망사고는 2006년 3명, 2007년 3명, 2008년 3명, 2009년 2명, 2010년 2명, 2011년 2명, 2012년 1명, 2013년 3명, 2014년 1명, 2015년 2명에 달했다. 이밖에 음주로 인한 실신 및 성추행 등의 사건까지 더하면 그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물론 학교에서는 관련 매뉴얼을 만들고 현장점검 및 예방교육에 발 벗고 나선 상황이다. 덕분에 '술 없는 OT'를 내세운 대학은 늘었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과도한 음주가 행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신입생OT', '#새터' 등을 검색하면 술병을 늘어놓고 마시는 모습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며칠 전 건국대학교는 OT에서 '25금 몸으로 말해요' 등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술자리 게임을 진행해 논란이 일자 해당 단과대 학생회장단이 공식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한양대학교 역시 술을 강권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무형 원장은 “우리나라는 술에 관대한 나라로 대인관계를 맺는 과정에서도 술을 필수처럼 여기는 문화를 갖고 있다”며 “대학가에 음주로 인한 사고가 매년 반복되는 이유 역시 이러한 잘못된 음주문화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술을 잘 마시면 대인관계를 잘하고 성격이 좋을 거라는 생각은 잘못된 선입견”이라며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위해 마시기 시작한 술이 자신도 모르게 문제적 음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유념하고 당당하게 거부할 수 있는 주(酒)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배들과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술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 2월 신입생 OT에 참석했다는 서울 소재 대학교 신입생은 SNS를 통해 “대학교의 음주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들 하지만 새내기들이 술을 마시지 않으니 재미가 없다며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드는 등 충분히 부담을 느낄만한 상황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술 강권 금지와 같은 음주규칙들이 방마다 적혀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술을 마시는 새내기와 그렇지 않은 새내기를 대하는 선배들의 태도가 다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분위기에 맞춰 술을 마시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무형 원장은 “원하지 않는 음주행위를 억지로 권하는 것은 형법 제324조 강요죄로 5년 이하의 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는 엄연한 범죄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는 대로 받아 마셔야 한다는 선·후배 간 악습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만큼 기성세대는 물론 모두가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힘써야한다”고 당부했다.<도움말=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무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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