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를 골반통증, 골반울혈증후군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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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모를 골반통증, 골반울혈증후군 가능성 높아
  • 박해성 기자
  • 승인 2016.01.1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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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과 난소 주변에 혈액 고이는 ‘골반울혈증후군’
골반 내 확장된 정맥 막는 골반울혈증후군 색전술 결과 좋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여성 양 모 씨. 양 씨는 2년 전 첫 아이를 출산했다. 아이를 얻은 기쁨도 잠시. 도움을 청할 사람이 마땅치 않았던 양 씨는 산후조리원을 나오자마자 쉴 틈 없이 혼자서 육아와 가사를 떠맡아야 했다.

이 후 양 씨는 골반이 뭉친 느낌과 함께 수시로 아랫배가 아프고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을 느끼는 일이 잦았지만, 쉬면 나아지는 경향이 있어 일시적인 허리 통증이나 가벼운 출산 후유증 정도로만 여겨 따로 병원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골반 통증은 점차 심해지고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제야 병원을 찾은 양 씨에게 내려진 진단명은 ‘골반울혈증후군’이었다.

골반 내 정액판막 이상으로 생기는 골반울혈증후군은 우리나라 만성골반통증 환자의 10명 중 3~4명이 해당할 만큼 빈번하게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질환에 속한다.

실제로 양씨의 사례처럼 통증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참거나 여성의 경우 산후조리를 잘못해 생기는 일상적인 통증 정도로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또 질환 자체가 덜 알려져 있다 보니 일부 병원에서는 제대로 된 진단을 하지 못해 정작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꾀병을 부리는 것으로 괜한 오해를 받기도 한다.

H+양지병원 산부인과 이성훈 과장은 “골반울혈증후군 환자의 상당수가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바쁜 일상에 쫓겨 질환이 상당 부분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향이 있다”며 “이때도 문진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 가급적 관련 분야 임상경험이 풍부한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출산의 대표적인 후유증, 골반울혈증후군
골반울혈증후군은 30~40대 여성이 겪는 만성 골반통의 대표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원인은 정맥판막의 이상. 정맥판막은 혈액의 역류를 막아 정맥 내 혈류가 심장 방향으로 제대로 흐르도록 돕는 기관이다. 하지만 출산 등으로 손상되면 허리를 구부릴 때 혈액이 역류해 정맥이 부풀어오르고, 자궁과 난소 주변에 혈액이 고이는 ‘울혈’이 생기는 데 이것이 바로 골반울혈증후군이다.

쉽게 말하자면, 골반 내 혈액이 심장 방향으로 흐르지 못한 채 골반 내에 뭉쳐 있는 상태다. 다리에 나타나는 정맥류가 하지정맥류라면, 골반에 나타나는 정맥류는 골반울혈증후군인 것이다. 골반울혈증후군의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골반에 느껴지는 묵직하고 뻐근한 통증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배, 엉덩이 부위에서도 통증이 감지되기도 한다. 아랫배가 더부룩하거나 불편한 소화기 증상, 우울증 및 만성 피로를 호소하기는 경우도 많다.

또한 골반울혈증후군은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은 다음, 또는 성관계 후에 더 심한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 ​생리 직전에 더 심해질 수 있으며, 가만히 누워서 쉬면 통증이 다시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개인에 따라 요통, 생리통, 불규칙한 생리를 동반하기도 한다. 평소 골반 및 허리에 통증을 느끼거나 회음부나 엉덩이에 혈관이 튀어나온 것이 보인다면 골반울혈증후군을 의심하고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약물치료 효과 없을 땐 골반울혈증후군 색전술 고려
골반울혈증후군의 치료는 약물치료와 시술, 또는 수술적 방법으로 시행한다. 물론 이에 앞서 질병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H+양지병원 흉부외과의 김정태 과장은 “골반울혈증후군은 일반적으로 초음파를 통해 진단하는데, 상황에 따라서는 정맥 조영술, CT, MRI 등으로도 골반 내의 정맥 확장을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골반울혈증후군을 치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는 골반울혈증후군 색전술이 있다. 2mm 가량의 얇은 카테터를 혈관 안으로 넣어 역류된 곳을 경화제와 백금코일로 막는 것. 문제가 되는 혈관을 막아주면 피가 모여 늘어난 정맥이 다시 가늘어지며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다. 최근에는 영상의학 분야가 강화된 인터벤션센터와의 협진으로 시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추세다. 한 시간 이내의 짧은 시술시간과 국소마취 덕분에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이성훈 과장은 “시술 및 수술적 치료는 보통 3개월 이상의 약물 치료에 반응이 없을 때 고려한다”며 “과거에는 주로 난소정맥 결찰술이나 전자궁 적출술을 시행했는데, 최근에는 하지정맥을 통해 골반 내 확장된 정맥을 막는 골반울혈증후군 색전술이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제공: H+양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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