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련환경 개선 책임 병원계에 전가한 ‘전공의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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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수련환경 개선 책임 병원계에 전가한 ‘전공의특별법’
  • 병원신문
  • 승인 2015.12.0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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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계가 그토록 우려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동안 병원계와 의료계, 전공의 합의로 이행과정에 있던 수련환경 개선 문제가 결국 법의 규제로 넘어가게 됐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1일 밤샘회의를 통해 법안과 예산안을 주고받기로 합의한데 이어 국제의료법과 전공의수련환경에 관한 법률(전공의특별법), 모자보건법, 관광진흥법, 대리점거래 공정화법 등 다섯 개 법안을 12월3일 통과시켰다.

전공의특별법은 의료선진국에서 조차 해결하지 못한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것이어서 앞으로 시행과정에서 많은 실효성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는 전공의 수련비용 부담증가와 대체인력 확보방안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공의 수련비용을 미국 등 의료선진국에서처럼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의무조항으로 명시한 당초 법률안을 법안 심의과정에서 정치적 논리에 의해 ‘예산범위 내에서 전공의 육성, 수련환경 평가 등 수련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슬그머니 임의조항으로 바꿔 놓은 것이나, 전공의를 대신해 야간당직을 서는 호스피탈리스트를 일시적으로 활용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하고 무책임한 미봉책만 난무할 뿐이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에서 부담하고 있는 전공의 수련비용은 대략 7∼8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되면 전공의 당직수당 증가와 대체인력 채용 등으로 지금보다 50% 이상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수련비용 부담, 그리고 전공의 정원 축소와 수련시간 단축으로 발생하는 대체인력 확보 등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관련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핵심사항은 모두 외면하고 국가와 병원계, 전공의 모두가 합심해 노력해도 해결하기 힘든 수련환경 개선의 책임만 병원계에 씌운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법 제정만으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여기는 정부와 정치권의 생각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정부의 의무와 책임을 힘없는 병원에 떠민 것은 분명한 정부의 ‘갑질’이다.

정치적 셈법으로 전공의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지만 앞으로 대통령령 등 시행세칙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실효성 있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균형점을 찾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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