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료 공공성 외면한 카드 수수료율 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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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의료 공공성 외면한 카드 수수료율 개편안
  • 병원신문
  • 승인 2015.11.0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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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수수료율이 내렸다. 수수료율 상한을 2.7%에서 2.5%로 0.2%p 낮추고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과 연매출 2∼3억원 사이의 중소가맹점은 0.7%p, 연매출 10억원 이하 일반 가맹점은 평균 0.3%p 인하했다. 이에 따라 전국 238만 곳의 신용카드 가맹점이 혜택을 받게 됐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산정체계’가 개편된 2012년 이후의 원가감소 요인을 반영해 수수료율을 낮춘 것이다. 여전법 제18조 3항에서는 ‘자금조달비용과 위험관리비용처럼 가맹점이 부담하는 것이 합당한 비용만 수수료율에 반영한다’는 적정원가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이같은 원칙에 따라 올 6월말 현재 더블A 3년 몰의 금리가 2.10%로 3년전(3.83%)에 비해 1.73%p 하락한 점과 올 7월 VAN사의 대형 가맹점에게 부당한 보상금을 제공할 수 없게 여전법이 개정돼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여력이 생겼다는 점 등을 반영했다. 여기에 신용카드 수수료 수입이 증가해 신용카드 회사들의 이익률이 높아진 것도 수수료율 인하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원가인하 요인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2012년 개편된 수수료율 산정체계의 재검토가 아니라 단순히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연매출 10억원 이하의 영세 가맹점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병·의원이나 약국 같은 의료기관들은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할 것 같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3년전 신용카드 수수료 개편으로 수수료 부담이 45% 이상 높아졌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한해에 803억원 정도를 더 부담해야 한다.

반면 2013년 건강보험 수가 인상률 2.3% 인상분 중에서 병원이 이익으로 가져갈 수 있는 규모는 126억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670억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 수수료율 인상으로 생기는 부담을 수가에서 보전하려면 15% 정도를 인상해야 하는데 현재 건강보험 재정이나 수가계약 시스템 하에서는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사회주의 방식의 보건의료체계로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에 강제로 가입해야 하고 정해진 수가 범주 내에서 수지를 맞춰야 한다. 겉으로는 민간기관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공공의료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이같은 의료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고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물론, 각종 세제에 이르기까지 일반 기업과 같은 잣대로 평가한다면 우리나라 병원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별표 5의3은 ‘제공되는 재화 또는 용역이 국민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서 공공성을 갖는 경우, 적격비용을 차감 조정할 수 있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의료가 국민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것이 아닌지, 정책당국에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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