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벽돌 한장 쌓은게 전부
상태바
난 벽돌 한장 쌓은게 전부
  • 박현
  • 승인 2005.08.29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달말 정년퇴임 서울의대 김노경 교수
“경쟁력과 수월성을 갖춘 서울대를 단순한 평준화의 논리로 끌어내리는 것을 보니 참담한 심정입니다. 전화위복이 됐으면 합니다.”

의학자의 표상으로 존경을 받아 온 서울의대 내과 김노경 교수가 8월말 정년퇴임을 맞아 서울대병원설치법 폐지와 보건복지부 이관 문제에 대해 남긴 말이다.

김 교수는 “서울대병원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에 나만 몸을 빼는 것 같아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과도기의 의학계가 빠른 시일 내에 정착되기만을 바란다”며 서울대병원 설치법 폐지 및 소관부처 이관 논란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김 교수는 또 “5년전 의약분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다. 직업적 본분을 지켜나갈 수 없는 사회 환경에서 의사의 직분을 유지해야 하는지 가장 많은 고민을 해야 했던 때였다”며 “이제는 의사의 "권위의 시대"가 끝난 것 같아 후학들이 더욱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후배들이 너무 열심히 잘해서 희망적이다. 하지만 현 의학계의 트렌드가 돼 버린 초세분화에 휘말려서 그 좁은 틀 속에 갇히게 될까 우려된다”며 “전체를 폭넓게 유연하게 사고하는 태도를 가졌으면 한다”고 후학들에게 충고의 말을 전했다.

김 교수는 의업에 종사한 40여년 동안 국내에 처음으로 오스키(OSCI)를 도입하는 등 교육의 발전을 선도해 왔을 뿐 아니라 "국산 항암제 1호 개발", "임상의학연구소 설립" 등 수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그렇지만 그는 겸양지덕의 말로 일관했다.

즉 자신은 종양내과를 내과의 범주에 자리잡게 하는 데 있어서 벽돌 한 장을 쌓은 것이 전부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요즘의 교육을 보면, 학부에서 너무 많은 지식과 고급 지식을 퍼붓다시피 하는 방식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1차 의료인 양성 목적에 합당하게 기초적이고 보편적인 지식을 가르치고, 질병을 다스리는 수단 뿐 아니라 환자의 정신적, 내면적인 것도 읽을 줄 아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학식과 덕망으로 재직기간 동안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정년퇴임 후 현재 맡고 있는 국립암센터 재단 이사장직을 수행하며 국립암센터에서 자문의로 활동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일에 나를 맞춰 살아 왔고, 질병과 싸워왔는데, 이제는 그동안 소홀히 했던 인간에 대한 공부를 해 볼 계획”이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