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맛을 잃어버린 투석환자의 괴로운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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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 맛을 잃어버린 투석환자의 괴로운 사연은?
  • 박현 기자
  • 승인 2014.12.08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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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치와 굴에 함유된 칼륨(포타슘)과 팥죽의 인 성분이 혈액투석 환자에게 치명적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면서 집집마다 김장을 서두르는 손길이 바쁘다. 기호에 따라 싱싱한 굴을 넣고 만든 생김치와 수육은 한 겨울 별미 중에 별미이다.

하지만 이런 별미를 먹는 것조차 꿈꿀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혈액투석을 받는 만성콩팥병 환자들이다. 이들에게 생김치나 굴은 물론 동짓날과 한겨울 전 국민이 즐겨먹는 팥죽도 그림의 떡이다. 이들 음식에 함유된 칼륨(포타슘)과 인 성분이 투석환자들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는 약 6만명 정도이며 지난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혈액투석의 가장 큰 원인인 만성콩팥병의 경우 신장의 기능이 거의 상실되어도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일찍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향후 우리나라 혈액투석 환자는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성콩팥병 환자들에게 가장 좋은 치료방법은 신장이식이지만 국내 사정상 여의치 않기 때문에 인공신장기를 이용한 혈액투석치료가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틀에 한 번, 일주일에 꼬박 3번 이상을 투석전문병원을 찾아 혈액투석을 받아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운이 좋아 신장이식을 받는다면 더 이상 혈액투석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평생 혈액투석 치료를 받는 현실이다.

혈액투석치료를 한번 시행하면 4시간 이상 소요되고 단 몇 시간 내에 혈액속의 노폐물을 걸러내기 때문에 투석 직후에는 급격한 피로와 허약감이 찾아온다. 따라서 투석환자들은 생명과 직결된 치료과정에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수 밖에 없다.

또한 투석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양관리, 즉 식이요법이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식이요법은 환자의 상태나 동반 질환의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만 칼륨, 인, 단백질, 나트륨 등의 섭취를 줄이고, 당질과 지방은 충분히 섭취해 적정한 열량을 꾸준히 공급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식이요법을 충실히 실시하는 경우 향후 투석을 시작하게 되는 시기를 늦출 수 있고 질소성 노폐물에 의한 요독증이나 부종, 고혈압, 전해질 이상 등의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겨울철 즐겨먹는 생김치나 굴에 함유된 칼륨 성분이 투석환자의 혈액에 많아질 경우 고칼륨혈증을 일으켜 근육 무력감, 부정맥, 심할 경우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생김치나 굴 이외에도 과일이나 채소에도 칼륨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채소는 물에 2시간 이상 담궈두었다가 섭취하는 것이 좋고 과일도 하루에 정해진 양만 먹어야 한다.

간혹 옥수수 수염차가 신장에 좋다고 섭취하는 경우가 있지만 투석을 시작한 이후라면 오히려 칼륨이 과다 섭취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고칼륨혈증 등으로 호흡곤란, 흉통 등의 협심증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가까운 병원에서 응급 혈액 투석이나 응급 관상동맥 중재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칼륨 외에도 한겨울 별미로 즐겨먹는 팥죽도 조심해야 한다. 팥에는 인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칼륨이 혈액투석으로 일부 걸러지는 것과 달리 인은 투석으로도 빠지지가 않기 때문이다.

고인산혈증은 가려움증, 관절통, 부종, 골이양증의 원인이 된다. 인은 거의 모든 음식에 조금씩 함유되어 있지만 그중 인이 많이 함유된 식품은 치즈, 우유, 아이스크림 같은 유제품과 현미, 흑미, 잣, 호두 등 잡곡류다.

온종합병원 인공신장센터 송창석 부장(신장내과)은 “만성콩팥병으로 혈액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는 무엇보다 정해진 식이요법에 따라 정확하게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 투석치료를 시작하기 전 가지고 있던 식습관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습관의 변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환자 본인의 의지뿐만 아니라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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