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죽음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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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죽음을 말하다
  • 박현 기자
  • 승인 2014.10.2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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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죽음, 웰다잉을 위한 세 의사의 대담
평생 죽음을 가까이서 본 의사들의 이야기 출간
웰빙(Well-being) 열풍에 이어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죽음은 일상과 동떨어져 있는 게 현실이다.

일 하느라, 자식 키우느라 쫓기며 사는 탓에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겨를도 없을뿐더러 막연한 공포심 때문에 죽음을 애써 외면하기 때문이다. 막상 죽음의 그림자가 엄습하면 두려움에 발버둥 치면서 제대로 삶을 정리하지 못한 채 떠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죽음문제에 관한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했던 의사 세 명이 나섰다. 왜 죽음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죽음교육이 얼마나 절실한지 툭 터놓고 나눈 이야기를 대담집 '의사들, 죽음을 말하다'로 묶어냈다.

임상의로서 수많은 죽음을 눈앞에서 접하면서 존엄사에 관한 연구를 해 온 원로 의학자 김건열 前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죽음 문제에 천착해 대상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죽음학 강의를 하고 있는 정현채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다양한 책의 출판을 통해 우리 사회의 죽음 문화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유은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가 그 주인공들이다.

저자들은 한결같이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수십 년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잘 마무리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인간된 도리이고 우리 사회가 성숙해지는 길”이지만 “현실에서는 허겁지겁 죽음을 당하고 병원에서는 존엄을 찾아볼 수 없는 죽음을 맞는 경우가 너무도 흔하기 때문에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죽음 준비를 위한 세 의사의 대담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낸 이 책에는 ▲연명치료와 완화의료, 안락사와 존엄사 등 의료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는 죽음 ▲근사체험 등 죽음의 순간 ▲의식의 체외이탈과 윤회 등 사후세계 ▲죽음을 알게 된 사람들의 삶의 변화 등이 여러 사례를 곁들여 소개되어 있다.

특히 저자들은 의료현장에서 가족들이 환자의 상태를 숨기는 바람에 환자 스스로 인생을 정리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떠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적절한 통증관리를 받으면 의외로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말기 암을 알리는 문제에 대한 환자와 가족의 입장'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진실을 알기 원하느냐는 물음에 암 환자 96%가 그렇다고 대답했고, 암 환자 72%가 가능한 빨리 알려줄 것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건열 前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환자에게 병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면 환자가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 더 효과가 좋을 수 있고 남은 생을 더 열심히 살려고 한다”면서 “그러다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는 것이 존엄하게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책에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근사체험, 죽음이후의 삶, 윤회에 대해 종교적 차원이 아니라 의학의 발달로 알게 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말미에는 담담하게 죽음을 준비하는 저자들의 모습도 알 수 있다. 장기기증 서약서, 사전의료의향서,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놓는다든지, 장례식에 대해 가족들과 상의하는 모습에서 독자들도 구체적으로 죽음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죽음은 꽉 막힌 돌담이 아니라 열린 문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이라는 인식을 받아들이면서 죽음 준비를 시작함으로써 죽음을 또 다른 삶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북성재·1만4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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