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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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4.10.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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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대 정형외과학교실 박종훈 교수, 암과 싸우다 세상을 떠난 환자들의 이야기 담아
암을 극복한 사례 대신 성실하게 치료를 받았지만 일찍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가 출간됐다.

고려의대 정형외과학교실 박종훈 교수의 고백서다.

“나는 못 고친 환자가 더 많아”라고 말하는 박 교수는 치료하다 치료하다 결국 구하지 못하고 보낸 환자의 영안실에서 밤늦도록 눈물을 흘리며, 느낀 회한의 감정을 전한다. 

이 시대에 가장 많은 병중의 하나. 암과 싸워서 이긴 전사, 또 현재 투병중인 환자, 또 결국 굴복해 버린 이들의 슬픈 사연의 기억을 되살렸다.

박 교수는 암과 싸우는 환자들 옆에 누구보다 가까이 서있는 암전문의다.

많은 환자를 접하고 많은 이별을 겪은 그이기에 세상에 널려진 ‘암극복 사례’, ‘암, 완치될 수 있다’ 등의 불확실한 희망을 말하는 책들에 넌더리를 낸다.

“암은 이기지 못 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암을 극복하면 성공한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자라는 시각에 반항한다. 아니, 반대한다.

그는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법을 구사한다. 암은 노력만으로 극복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같은 노력, 같은 치료법으로도 극복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환자가 있듯이, 암은 누구에게나 무작위로 만날 수 있는 하나의 병일뿐이다. 

이 책은 기존 암 극복 성공 사례와는 다르다. 여러 가지 성공사례를 담은 암 극복 관련 서적에 집착하는 환자들에게 혹시라도 치료에 실패해서 다가올 수 있는 죽음에 대해 다른 시선을 갖도록 제시한다.

그의 책에 나오는 많은 실제 인물들은 정말 나의 이웃이거나, 배우자일 수도 있기에 그의 경고는 누구보다 냉정하지만 그의 시선은 또 그 누구보다 따뜻하다.

박 교수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의 삶이 결코 암을 극복한 분들의 삶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열심히 살았지만 명대로 살지 못한 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닐뿐더러 결국 성공한 최선과 성공하지 못한 최선은 모두 나란히 위대하다”고 강조한다.

비록 암을 극복하지 못한 이들이라도 그분들의 성실했던 삶은 암을 극복한 삶에 절대로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저자만의 섬세한 어법으로 진솔하게 그려냈다.

중요한 것은 결코 암을 이겨낸 성공기가 아니다. 포기하지 않는 삶과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움에 진정한 승리가 있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가 들려주는 암 환자와의 이야기는 운명의 굴레에서 최선을 다하는 인간의 모습과 의료의 한계를 절감하는 인술인(仁術人)의 고뇌를 동시에 엿보게 한다. 

우리가 삶이라는 긴 터널을 통과할 때 극복해야 할 난관이 과연 암 뿐이겠는가. 세상을 살면서 맞닥뜨려야 하는 수많은 어려움에 저항하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싸우지 마라. 이겨내는 방법은 반드시 승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암 대신 삶의 궤적을 위협하는 어떤 난관을 대입해도 결론은 마찬가지다.

그 어려움과 친하게 지내든, 결국 그 어려움에 굴복을 하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삶이 진정 아름다운 삶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비단 투병 환자 뿐 아니라 삶의 무게를 지고 가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힐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윤커뮤니케이션·신국판 180면·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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